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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 자본주의자 ... 박혜윤

tHingitself 2023. 9. 24. 16:59
 
숲속의 자본주의자
서울에 살던 평범한 가족이 특별한 계획 없이 미국 시골로 떠났다. 110년된 집에서 밀을 갈고 빵을 구워먹으며 자본주의의 변두리에서 새로운 일상을 찾았다. 소크라테스처럼 삶에 질문을 던지고, 소로처럼 순간을 음미하며 살다 보니 드디어 나답게 살아가는 삶의 맛을 알게 되었다.
저자
박혜윤
출판
다산초당
출판일
2021.06.14

 

 

돌이켜보면 엄마를 이해하려고 했던 것 역시 엄마를 변화시키려는 나의 의도에서 나온 행동이었다. 

서로가 사고 싶은 바구니를 가진 엄마와 딸로 만나지 못한 것이 안타깝긴 하지만, 거기까지다. 엄마가 내게 상처 주었다는 생각도 내가 엄마에게 미안해하거나 고마워해야 한다는 생각도 버렸다. 엄마는 자기 방식대로 엄마이고 나는 나의 방식대로 딸일 뿐이다. 

내가 생각한 '좋은 엄마'가 아이들에게도 좋을지 모르겠기 때문이다. 내 방식대로 엄마이면 그만이다.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이다.

나는 내가 되고 싶은 엄마가 되고, 너는 네가 되고 싶은 딸이 되면 그만이다. 
지금을 나의 행동, 나의 책임, 나의 것으로 만들었다. 
불행이나 잘못의 원인과 책임을 나에게 돌리지 않고, 그 상황을 내 일부로 인정했다. 내 힘으로 잘못과 불행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내 것이라 결단을 내렸다.

책을 읽고 가장 놀랐던게.. 작가의 균형감이었다.

숲 속의 자본주의자라는 제목에 딱 맞는 자세를 유지하고 있어 부러웠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을 수 있었던 건 자신만의 가치관이 확실했기 때문이겠지.. 자본주의도 수렵채집의 자연적인 삶.. 그 어느 하나를 옹호하지 않고, 그럴 수 없는 현실을 담담하게 인정하는 모습이 너무 좋았다. 

 

물론, 이 책이 내 맘에 꽂힌 이유는 부모에 관한 이야기였다. 

덤덤하게 담백하게 내뱉은 고백이 비수처럼 날아와 꽂힌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부모를 이해해 보려고 노력하다 더 나쁜 결과를 얻은 내 맘을 마치 다 알고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는 듯했다.

아직은 작가처럼.. 덤덤하게 현실을 받아들이는 게 가능하지는 않지만, 작가의 생각에 동의한다. 

우리는 그냥.. 각자의 삶을 살면 된다. 그게 가족이든 아니든.. 그냥 내 삶에 충실하면 그뿐이고, 상대에게도 같은 태도로 대하면 되는 거였다.

나의 엄마.. 이기 이전에, 그냥 한 여인일 뿐인.. 엄마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되는 거였다. 

아직은 자신이 없지만, 이제는 미워하는 마음은 내려놓을 수 있을 거 같다. 

어떤 숲숙의 자본주의자의 담담한 고백에 큰 깨달음과 위로를 얻은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