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행전을 마무리하는 날.
평소와 달리 22장부터 28장까지 좀 길게 읽힌다. 호흡이 가쁘지 않고 그냥 쭉~ 읽혀서 그냥 끝내버렸다. 마지막구절 ‘ 그의 집 문은 항상 열려 있었다 (메시지성경)’로 끝내고 나니, 나도 모르게... 동작과 함께 이 노래를 외친다.
‘거침없이 나 걸어가지 yeah!
거침없이 나 달려가지 yeah!!
거침없이 나 날아가지 yeah!!!’
그렇다. ‘내 안의 미친년’ DNA가 발현되는 시간, 꼭 꼭 잘 숨겨두는 편인데 오늘 왜 또 올라온거냐. 이른 아침에 부석순의 ‘거침없이’를 크게 틀 자신은 없어, 에어팟을 끼고 몸을 흔들어 대면서 노래를 느낀다. 노래만큼이나 신나게 거침없이 펼쳐 나갔을, 다마스커스를 시작으로 로마까지 이어지는 바울의 선교 여행이 뮤직비디오 한편처럼 내 머리속에 만들어진다. 무대에 오른 부석순의 얼굴이 바울로 바뀌면서, 남들의 시선따윈 갖다 버리고, 가진 에너지를 탈탈 털어 ‘거침없이’를 외치는 모습의 바울만 내 앞에 있다. 아무리 그래도 예수는 하나님 아들이기라도 했지, 세례 요한, 바울의 열정은 도무지 인간적으로 이해할 수가 없었는데, 단박에 다 이해가 되어버린다.
‘한다면 하는 놈 그게 나
싫은 건 싫다고 말할 줄도 알아야지
네 맘대로 하고 싶은 건 거침없이 다 해’
거리낌 없이,거침없이 써 나간 바울의 행보가 이해가 되는 순간. 아..이거였구나.
누군가의 눈에는 B급으로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최고의 퍼포먼스 리더와 두 메인보컬이 만나 최선을 다하며 즐겼기 때문에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B급 결과물이 얼마나 짜릿한지.. 그리고, 이들이 부석순에 얼마나 진심인지 알아서일까, 바울의 선교 여행에서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이 노래가 떠올라 버렸다.
군중들을 향해 바울이 내뱉은 대사라 한들, 손색이 없어 보인다고 하면, 내가 이상한 걸까..
신나게 한바탕 온몸으로 노래를 감상하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다시 단정하게 앉아서 또박또박 다른 이들의 큐티 노트처럼 보이게 그럴듯하게 오늘의 묵상을 적고 노트를 덮으면, 그제서야 부끄러움이 미친듯이 밀려온다.
‘나 왜 이래, 나 왜 이래요? 내 나이 40줄 후반에 왜 내 큐티가 이렇게 되었냐고요. 이게 정말 최선일까요? 주님!’ 하고 기도를 쏟아내면서도 이게 맞는지 틀린지 잘 모르겠고, 솔직히는 나의 이런 ‘남다른 미친년 DNA’가 그렇게 싫지도 않다. 그래도 너무 자주 올라오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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